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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일,
한 신생 프래그런스 브랜드가 가로수길에 조용히, 묵직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려한 간판도, 쇼윈도도 없지만 오히려 그런 비밀스러움에 사람들은 매혹되었다.
브랜드 공식 런칭일보다 한달 먼저 쇼룸을 런칭하고 제품판매는 전혀 진행하지 않는 배포를 보여주며, 이 신생 브랜드는
'공간'으로 먼저 브랜드를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새로운 마케팅의 방향을 제시했다. 다른 프래그런스 브랜드와는 달리, 다소 이단아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이 브랜드는 바로 '탬버린즈(Tamburins)'이다. 사전적으로 '금속 또는 목제 테의 작은 방울을 단 타악기'라고 정의되는 탬버린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밝고 유쾌한 감정이 팀 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브랜드명이 '탬버린즈'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처럼,
탬버린즈는 감각의 시각화를 매 순간 실현하고 있다.
Step 01. 어떤 기획 레퍼런스를 살펴보나요?
2017년,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서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받은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2019년 '아이아이컴바인드2'라는 법인을 세우고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를 출범하면서 사업 카테고리를 확장시켰다. 하지만, 초창기의 탬버린즈는 출시 후 몇 년간 적자를 기록하며 '아이아이컴바인드' 법인으로 흡수합병된다. 설립 첫해 9억4100만원의 매출액과 6억3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후 몇 년간 연속해서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20억1700만원의 매출액과 5억원의 순손실 , 2019년에는 34억1000만원의 매출액과 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반전을 맞은 건, 2020년 Vogue Korea의 마이보그에 출연한 티파니와 태연의 손소독제 소개영상이 공개되고 나서부터이다.
마이보그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 탬버린즈의 매체 홍보활동은 전무하다. 인지도의 부족과 그로 인해 소비자의 입소문에만 의존하게 되는 점 등이 탬버린즈의 부진을 지속시켜왔다. 하지만, 티파니의 마이보그 영상 조회수 폭발(현재 6.3M 조회수를 기록중이다)과 함께 2022년 제니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캠페인 영상을 통해 20-30대 코스메틱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러한 강렬함은 양날의 검이다. 소비자의 초반 격렬한 관심은 단기 매출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지만, 증가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지속시키는 것은 온전히 브랜드의 이후 행보에 달려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매출액은 1551억원(2016년)에서 시작해 4100억원(2022년), 6082억(2023년)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이기간 동안 영업이익은 906억(2022년)에서 1511억(2023년)으로 대폭 상승한다. 지난해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매출액이 최초로 6000억을 돌파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의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의 인기가 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지난해 보고서에 '차세대 럭셔리주'로 평가받은 아이아이컴바인드. 해외 명품브랜드를 제치고, 아이웨어와 프래그런스 브랜드의 새로운 '명품'으로 떠오른 이 기업의 전략에는 '공간 마케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업공간과 예술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해당 컬렉션의 이야기를 전시공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소비자와의 소통범위를 확대시켰다. 탬버린즈에서 제품은 더 이상 '제품'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시공간 맥락 속 순간적인 '모멘트'로 존재한다.
이제 당신을 향의 동굴, 탬버린즈로 초대한다.
Step 02. 이 기획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혹은 가져오지 않았나요? (Before-After)
이미 해외의 대규모 럭셔리 브랜드가 큰 점유율을 확보하던 국내향수시장.
국내향수브랜드가 큰 영향력을 못 미치던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하던 탬버린즈는 화장품을 '제품'으로 인식해오던 기존의 관습을 버리고,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인식하기로 결정한다. 즉, 제품의 보습력과 같은 '품질'의 압도성에 집중하는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제품을 '시각적 요소'의 일부분으로 포함시킨다. 이러한 결정은 탬버린즈의 '공간 마케팅'에 큰 차별성을 불러왔다. 제품을 공간의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제품을 브랜드의 '한 조각'으로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 소비자가 브랜드 공간 속에 머무는 시간을 증가시키고 공간 속에서 가능한 풍부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2023년 11월 18에 열린 탬버린즈의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이다. 독특한 형태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만큼, 파격성과 난해함에 대한 논란이 인터넷상에서 한동안 끊이지 않았었다. 브랜드 측에 따르면, '생경한 형태의 정원'을 주제로 탬버린즈의 단단한 도전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지상 1층에서부터 3층까지 지상층 전체를 건축예술작품처럼 뼈대만 남겨 텅 빈 공간으로 만들고, 계단을통해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지하 1층에 유일한 판매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지하 1층의 판매공간 한가운데에는 노부부 마네킹이 전시되어 있다. 젠틀몬스터의 안경을 쓴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탬버린즈 립밤을 발라주는 모습에서, 탬버린즈의 제품이 단순한 코스메틱 제품이 아닌 '생활방식의 일부'로서 사용되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공간 곳곳에 이재현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해, 플래그십 스토어가 제품 판매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넘어서서 시공간적 맥락의 단서를 제공하며 그 맥락이 시사하는 이야기의 일부로서 제품을 '설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가상의 공원으로 꾸며진 이 공간 속, 이재현 작가의 작품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로서 작용한다. 쓸쓸함, 즐거움, 따뜻함 등의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전시함으로써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설치된 '에그 퍼퓸'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공간적 맥락 속 일부 의미를 지닌 물체로서 해석될 수 있게 된다. 이런 혁신적 공간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자극의 감각성을 극대화시켜, 별도의 다른 매체홍보를 하지 않고도 소비자의 자발적인 홍보를 가능케 한다.
이는 2022년 진행되었던 제니와의 협업 캠페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위는 당시 'Solace: 한줌의 위안'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던 캠페인의 컬렉션 영상이다. 6분 남짓의 짧은 길이의 영상이지만, 영상은 재생 내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와 함께 영상의 의미를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궁금해하고 해석을 궁금해하게 했다는 점에서 다른 향수브랜드의 캠페인 영상과는 달리 소비자의 공간으로의 능동적 방문을 가능케 한다. 또한 '탬버린즈'라는 단어와 향수제품은 영상의 끝에서 아주 잠깐 등장할 뿐이지만, 제니와 한 남자와의 대결구도를 지속적으로 역동적인 흐름을 따라 전시해 '죽여서라도 빼앗고 싶은 치명적인 향'이라는 것을 시각화했다. 단순한 제품의 표현이 아닌, 시청자가 영상 속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해 계속되는 긴장감을 따라 마지막에는, 자신이 그 향을 정말 빼앗아 내 것이 되었다는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직원이 제품상세설명을 제공하기보다는 마치 쇼룸이나 전시회처럼 설계된 실제 플래그십 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위 영상에서도 주인공들의 대사와 제품의 직접적인 홍보는 최대한 자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소비자에게 계속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압도적으로 파격적인 예술적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브랜드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제품을 소량생산함으로써 탬버린즈는 제품과 브랜드의 희소성을 극대화시킨다. 즉, 단기이익에 집중하기 보다는 상품의 제작 및 판매까지의 모든 행위를 '명품화'시킨다는 점에서 탬버린즈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초석을 단단히 세웠다.
Step 03. 이 기획에 대한 본인의 결과 평가는? (승-무-패)
승패를 가르는게 무의미할 정도로, 탬버린즈는 압도적인 승을 이뤄냈다. 아래 중앙일보에서 제시한 자료와 같이, 국내 향수시장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니치향수들이 대거 점유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의 경기불황과 함께 찾아온 small luxury 소비 패턴을 탬버린즈는 향수가 아닌, 향과 이야기를 넣은 손소독제와 핸드크림으로 먼저 공략했다.
즉, 코로나 시기에 맞춰 향수의 바운더리를 확장시키고 새로운 바운더리에 맞는 아이템을 앞서 제시함으로써 일상생활 속 럭셔리를 재정의했다. 의약품의 바운더리 안에서 존재하던 손소독제에, 향을 넣고 암호같은 이름을 부여하고 공간을 통해 이해되는 이야기를 부여함으로써 다른 향수 브랜드와는 돋보적으로 차별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시했다. 또한, 핸드크림은 그저 손에 바르는 크림이 아닌, 명품 악세사리로서의 역할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탬버린즈의 상품 브랜딩은 성공적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멋스러워지는 명품가죽백처럼, 사용할수록 구겨지는 튜브와 달려있는 체인을 통해 핸드크림은 작은 명품백이 되었다. 이러한 재해석은 소비자층을 MZ세대로 명확히 설정하고 현 소비자와의 가치관과 소비패턴을 날카롭게 분석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탬버린즈는 기존의 제품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관점을 공간마케팅을 통해 일관되게 보여주면서, 브랜딩과 마케팅의 일관성이 시장공략에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국내 향수시장을 독점하던 해외브랜드의 틈을 파고들어 국내 니치향수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단독 브랜드관 오픈 및 화장품/향수 카테고리에서 20-30대 선호도 TOP 10안에 해당 제품군을 유치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신세계 면세점 입점 및 중국 상해와 일본 도쿄 아오야마 등의 해외 매장 설치와 함께 K-트렌드의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탬버린즈는 단지 국내 향수시장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내브랜드로서 해외시장으로의 진출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점을 시사한다.
Step 04. 내가 담당 기획자였다면 가장 고심했을 부분은?
공간 마케팅의 우선과제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공간의 소비가 이루어져야만 소비자와 해당 제품, 나아가 브랜드와의 소통이 가능해진다. 브랜드에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이를 적절하게 제시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간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원하는 공간의 면적, 부지의 존재유무, 플래그십 스토어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여유, 주변상권과 경쟁사의 존재유무 및 소비자의 접근성 등을 고려한 공간 선정을 가장 고심했을 것 같다. 문제는, 공간이 선정된다 해도 내부 인테리어 및 공간 내 이야기의 배치를 다시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향 또는 제품 라인업에 대한 고민보다도 공간에 대한 고민에 투자한 시간이 더 많이 걸렸을 것이다.
위 기사에서 말하듯이, 수많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성수동의 부동산 경쟁력을 감안했을 때 자금력과 영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공간의 선점은 불투명해진다. 또한, 커머셜 브랜드의 성수동 진출이 증가하면서 성수동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불투명성에도 불구하고, 탬버린즈가 공간 마케팅을 성공시킬 수 있던 건 역시 탄탄한 '스토리'의 뒷받침과 함께 무한의 상상에서 오는 '신비로움'을 끊임없이 제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Step 05. 위 레퍼런스를 통해, 내가 얻은 인사이트는?
탬버린즈의 성공 요인에는 많은 전략들이 존재하겠지만, 단순하게 그 본질을 들여다 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 감각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매개로, 정해진 답이 없는 '상상의 이미지'를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가? 이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던지는 단순행위가 지금의 탬버린즈를 만들고, 더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되어왔다. 브랜딩은 결국,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행위가 아닐까? 경제/경영학에서 다루는 '이성적인' 인간의 행동론은 '이상적인'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애초에, 인간은 감정에 의해 지배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성'이 살아있다 한들, 감정의 결여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 탬버린즈는 소비자와의 끊임없는 양방향적 소통과 소통의 직접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며,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일깨우고 소비자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이는 감각을 통해 느끼고, 경험하는 총체적 경험적 가치를 지향하는 브랜드는 시대에 상관없이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준다. 더 나아가, 위 질문이 향수 브랜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어떤 상품을 다루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브랜드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질문임을 시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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